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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학위수여식 총장 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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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졸업생, 수료생 여러분. 졸업과 수료를 축하드립니다. 가족분들께도 진심으로 축하 말씀을 드립니다.

학부를 4년 만에 졸업하는 여러분들은 코로나 이전의 대학 생활과 코로나 이후의 대학 생활을 모두 직접 경험한 마지막 학년입니다. 1학년 무렵의 대학 생활이 먼 옛날처럼 느껴지시나요. 아니면 처음 긴급사태 선언이 발령됐던 2학년 봄 무렵이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더 멀게 느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학에서의 대면 활동은 서서히 예전 수준을 회복하여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입학 때 꿈에 그리던 대학 생활과 여러분이 실제로 경험한 대학 생활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겠지요. 그건 지금 여러분 모두, 각자의 기억 속에 새겨져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원래 저희 생활은 언제나 사회 전체 상황에 영향을 받습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까지도 그랬습니다. 그러나 평소에 이를 실감하며 의식하고 있냐고 한다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특히 대학 생활은 평상시에는 사회나 경제의 변화를 이른바 간접적으로 반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스로 사회 상황의 변화 속에 있음을 실감하는 기회는 결코 많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대학은 상황의 변화에 과도하게 좌우되지 않고 차분하게 배움에 매진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은 학생도 사회인도, 고령자도 아이들도, 나이와 신분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을 상황의 당사자로 만들었습니다. 누구라도 그전까지 '평범'하게 해왔던 것이 당연해지지 않게 되었고, 특히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가능했던 것이 '평범'하게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떤 일을 하려고 하면  특별히 의식적으로 머리를 짜내 노력해야 비로소 어느 정도 실현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의 연속이었습니다. 매일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내가 우선시하는 것 중 의식적으로 선택한 순서대로 하나씩, 또 하나씩 '이것만큼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노력해야 간신히 원하던 것 중 일부를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대학 생활을 보내시면서 이러한 상황을 몇 번씩은 경험하셨겠지요. 특히 학술답사나 유학 등 대학 캠퍼스 밖에서 하는 활동에 많은 제약이 걸렸습니다. 포기해야 했던 경우도 있었을 겁니다. 겨우 실현할 수 있었던 일도 타이밍을 노려 주도면밀하게 준비하고, 평상시와는 다른 방식으로 신중하게 고심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보낸 대학 생활은 평상시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실전 지식'으로 가득합니다. 직접 우선 순위를 가려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흥미, 관심 등 간절히 원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방법을 이리저리 궁리하면서 발견하거나 이를 통해 깨달았던 자신의 발상이나 태도의 장점도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코로나 팬데믹이 종식된다면 그동안의 경험을 단순히 과거의 일로만 치부하지 말고 자신의 역사로서 소중하게 기억에 새겨 '코로나 팬데믹으로 자신이 획득한 보물'을 가슴에 안고, 앞으로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한편 여러분 대부분은 오늘 맞이한 졸업과 수료를 기점으로 초등학교 입학 이후 이어졌던 기나긴 학교 생활에 일단 마침표를 찍게 됩니다. 그러나 흔히 지적되듯이 학교를 졸업한다고 해서 배움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의 정세는 매일매일 변화하며 과학 기술은 나날이 일취월장하고 있습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매일매일 그 변화를 마주하며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그 영향을 받는 것입니다. 또한 스스로 어떠한 형태로 그런 변화를 만들어내는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어떠한 형태로든 배움을 계속하도록 주변 사람들에게 요구받거나 스스로 그럴 필요를 느끼는 경우도 생깁니다. 학교 생활이 끝나더라도 배움은 끝나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학교 생활이 끝난 이후의 배움에는 적어도 두 가지 측면에서 학창 시절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한 가지는 누군가가 커리큘럼을 부여하고 언제까지 무엇을 하라고 하는 식의 코스를 설정해주지 않습니다. 물론 무엇이든 체계적으로 학습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커리큘럼이 필요합니다. 사회에는 다양한 커리큘럼이 개발되어 제공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적합한 커리큘럼을 찾아 선택하는 것은 각자의 판단과 선택에 맡겨집니다.
또 한 가지 변화는 같이 배우는 동료에 관한 것입니다. 학교라는 곳에는 비슷한 관심사를 가지고 함께 공부하는 동료가 있습니다. 드넓은 사회 속에서 자신과 똑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공통된 무언가를 배우려는 동료와 만나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이 속해 있는 환경이 이를 미리 준비해 주는 일은 없습니다. 앞으로는 능동적으로 그런 동료들을 찾아서 함께 배울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실제로 공동 작업을 하지 않더라도, 또는 배움 그 자체는 본질적으로 각자의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동료의 존재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는 대학 생활을 통해서 여러분들도 많이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실제로 졸업한 후에 더욱 절실하게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학교라는 장소에서 떠나게 될 여러분들은 그런 의미에서 학창 시절보다 더 독립적인 학습자가 되어야 합니다. 대학이라는 고등교육기관에서 습득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배움은 바로 공부하는 방법입니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대학에서 공부한 것 이상으로, 어떻게 하면 학습할 수 있는지 체득해 앞으로 필요할 때 필요한 지식을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 가치가 있습니다. 오늘 졸업은 배움에서의 졸업이 아니라 공부하는 방법을 학습하는 과정에서의 졸업이며 본격적으로 자신의 힘으로 배움을 시작하는 출발이라는 점을 알아 두시기를 바랍니다.

다만 앞으로 평생 동안 자신의 힘으로만 계속 공부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대학은 자신이 공부해 온 지식을 다시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싶다거나 또는 자신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할 때 현재 정평이 나 있는 효과적인 커리큘럼을 알고 싶다는 요구에 부응하는 장입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때로는 이런 장소를 활용해 보시기를 적극적으로 추천 드리는 바입니다. 세계 곳곳에는 수많은 대학이 있으며 다양한 배움의 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모교인 호세이 대학 역시 그중 하나의 선택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그리고 장래에 기회가 되면 여러분과 다시 만나기를 기대하며 축사에 갈음하겠습니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