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 Event

2020년도 학위수여식 축사

News & Event

여러분 졸업을 축하합니다. 보호자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축하 말씀드립니다.

마지막 학년이었던 이번 1년, 여러분은 지금까지 경험한 적이 없는 다양한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호세이대학 학생뿐만 아니라 일본, 전세계의 대학생, 대학원생들이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고 제한된 시간 안에서 실험・실습을 해 현장 학습 및 조사, 유학도 충분히 체험할 수 없었습니다. 나아가 교사나 친구들과 직접적인 교류 및 의견교환을 할 기회도 거의 없이 졸업 또는 수료를 해야 합니다. 매우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인생에 있어서의 특별한 체험은 나중에 커다란 양식이 되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이 제한된 환경 속에서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생각하셨나요? 특별한 해의 특별한 경험을 낭비하지 않도록 일을 하게 될 분들도 진학하는 분들도 이 한 해가 나에게 무엇을 부여해주었는지 꼭 되돌아보시기 바랍니다. 호세이대학은 곧 시작되는 신학기에서 대면수업과 온라인・온디맨드 등을 조합한 하이브리드 그리고 대면수업을 온라인으로도 중계하는 하이플렉스 등을 사용할 것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이 속할 배움의 터전이나 일터도 코로나 이전으로는 돌아가지 않습니다. 나날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면서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가는 장소인 것입니다. 꼭 이 한 해동안에 얻은 것들을 새로운 터전의 창조에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저도 여러분과 같은 이번 3월 말에 총장 임기가 끝나 퇴임을 합니다. 교원으로서도 호세이대학을 떠납니다. 이 단상에 서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오늘 여기에 서서 7년 전을 떠올렸습니다. 2014년 4월 3일, 저는 처음으로 이 일본부도칸 연단 앞에 서서 여러분들께 이렇게 말했습니다. “1970년에 저는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호세이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이 정면 2층 근처에 앉아있었던 것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총장으로서 이곳에서 메시지를 여러분께 전달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라고. 왜 상상도 못했냐고 하면 1970년 당시 여성이 대규모 종합대학의 총장이나 학장이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도요대학이나 도시샤대학 등 잇따라 여성 학장이 탄생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은 취임 전에 “저는 여성으로서 최초의 부통령이 될 것이지만 마지막은 되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양한 장소에서 나아가 많은 여성 리더들이 탄생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현시점에서는 어떨까요?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19년말 시점의 일본 젠더 갭 지수 즉 여성의 활약 정도는 153개국 중 121위입니다. 2018년의 총무성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비율은 남성고용자 전체의 22.2%입니다만 여성 고용자 전체로 보면 56.1%에 달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2020년 1월부터 7월에는 약 107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그 약 80%가 여성이었습니다. 남녀 간의 커다란 격차가 예전부터 있었고 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그것이 확실히 보이게 된 것입니다. 사회의 격차는 남녀 구별없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특히나 여성들 가운데 그 격차가 초래하는 빈곤이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 한편으로 여성이 대학 총장도 부통령도 되는 시대가 됐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한편으로 일자리를 잃은 많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두가지 사항에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혹은 연관이 없는 것일까요? 조직 안에서 소수자의 비율이 30%를 넘게 되면 조직 그 자체가 크게 변한다고 합니다. 이는 여성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반드시 이것은 성취해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달성이 되면 비정규직의 남녀차는 줄어들까요? 아마도 바로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말할 수 있습니다. 남성도 여성도 각각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그리고 사회 전체에 영향을 끼칩니다. 여러분이 어떤 의식을 갖고 한 명의 인간으로서 살아갈 것인가 무엇을 목표로 스스로의 역할을 다할 것인가 하는 그 자세가 사회에 영향을 끼칩니다. 자신의 생활의 안정만을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나 일의 배후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 대한 상상력과 공감을 갖고 일할 것인지, 이에 따라 사회는 달라집니다.

그런데 이 ‘공감’이라는 말은 호세이대학 헌장에서도 중요시하고 있는 말입니다. 호세이대학을 졸업하는데 있어서 여러분들께 마음 속에 있는 ‘물음’을 갖고 졸업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것은 호세이대학 헌장의 제목 ‘자유롭게 살아갈 실천적 지혜’에 대한 것입니다. 이 대학헌장의 정신은 사전적인 의미를 아는 것으로 몸에 배는 것은 아닙니다. 나에게 있어서 자유롭게 살아간다는 것은 어떠한 것인지 나에게 있어서 실천적 지혜란 무엇인지 내 자신에게 계속해서 물어야 비로소 이 헌장의 가치관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즉 이 헌장의 말은 단순한 말이 아닌 내 자신의 바람직한 모습을 생각하는 장소이며 사고의 방법인 것입니다.

우선 제 경우를 이야기하겠습니다. 저도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대학에 들어와서 무엇을 배울 것인지 대학원에 들어가서 무엇을 연구할 것인지 결단을 내려가며 살아왔습니다. 진학, 취업, 이직 등 중요한 결단을 내릴 때에는 좋고 싫은 것만으로는 좀처럼 결정할 수가 없죠. 별의별 생각을 다 합니다. 이 길로 가면 내 미래가 어떻게 될까? 라는   불안감은 누구나가 느낍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에는 대학에서 만난 에도문화 연구에 대한 갈망이 그러한 불안을 훨씬 뛰어넘어 버렸습니다. ‘그 어떤 생활을 하게 되더라도 이 길을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저에게 있어서 연구와 집필을 계속해 나가는 것만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정규직으로 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나날이었습니다. 마쓰오 바쇼의 ‘무능무재하여 이 한 가지에 매달려 있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바로 내 자신을 말하는 것같이 느꼈습니다. 저에게는 ‘이 한 가지’밖에 없었습니다.

작년 11월에 일어난 사건에서 이 결단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시부야구의 버스 정거장에서 앉은 채로 잠자고 있던 60대 노숙생활을 하던 여성이 돌을 넣은 봉지에 맞아 숨진 것입니다. 여성은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분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고 있었습니다. 여성들은 길거리에서 누워서 자는 것에 위험을 느껴 전등이 켜져 있는 곳에서 앉은 채로 잔다고 들었습니다. 이 사건은 대학생 때 ‘그 어떤 생활을 하게 되더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저에게 있어서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남의 일 같지 않게 여겨져서 특히 여성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왜 하나의 인생의 선택이 이러한 끝을 맞이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까?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살아 갈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합니다. 자유롭게 살아간다는 것은 내 자신의 자유를 소중히 여길 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이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실천적 지혜’란 무엇일까요? ‘실천적 지혜’는 그리스철학에서 유래된 말입니다만 지금 자신이 처한 현실에 발을 단단히 내려놓고 이상이라고 생각되는 방향을 향해 계속해서 걸어가는 지성을 말합니다. 바로 ‘어떤 사람이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목표로 그 방법을 유연하게 탐색하는 지성인 것입니다.

망설일 여유가 없었던 제 자신의 체험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만 그렇다면 망설여질 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여러가지 선택지를 눈 앞에 두었을 때 많은 정보와 가까운 사람들의 기대, 때로는 압력까지 느껴집니다. 게다가 개개인의 마음 속에는 그 시대의 사회의 가치관이 내재화 되어 있습니다. 즉 자기 스스로가 자기를 옭아매고 있습니다. 많은 것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그러한 소용돌이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거기에서부터 도망치지 않는 것입니다. 우선은 하나 하나에 귀를 기울여 이해하고 말로 바꿔서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것만이 내가 갈 길을 유연하게 탐색하는 실천적 지혜의 프로세스입니다. 그렇게 한 후에 나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이 되는 선택은 무엇인지 내 스스로 결단을 내리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권유로 선택하는 것이 아닌 내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 자유롭게 살아가는데 있어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 결단이 어떤 사람이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로 연결되는 길이기를 저는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오늘 여러분은 졸업을 합니다만 오늘부터 교우회의 일원으로서 졸업생 네트워크에 연결이 됩니다.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서 꼭 교우의 인연도 사용하십시오. 여러분이 그 인연을 끊지 않는다면 교우회도 대학도 여러분을 응원할 수가 있습니다. 앞으로도 호세이대학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함께 이 변화가 격심한 어려운 사회를 희망을 갖고 극복해 나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다시한번 졸업을 축하합니다.